감동, 마음이 움직이는 것
[포닥 2년차 글] 본문
어느 덧, 두 번째 postdoc계약이 시작됐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놀랄 만큼 많이 발전한 것 같은데 또 그마만큼의 과제를 떠안았다. 졸업하기 전엔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을만큼 힘들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이유가 논문쓰는 거였다. 고통은 받는 데 도통 써지지 않으니 노력이 안된다는 게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힘들면 그만 둬야 되나싶기도 하고 막막했다. 해외로 포닥을 가기로 결심한 데는 영어를 좀 더 갈고 닦아 논문을 좀 더 수월하게 쓰고 싶었던 게 크다. 졸업할 때, '5년만 딱 포닥하며 논문쓰는 연습을 하자.' 결심했다. 돈이 있는 데 안사먹는거랑 돈이 없어서 못 사먹는건 엄연히 다르다. 5년. 딱 5년만 해보자. 그래서 논문쓰는 능력이 생겼는데도 포기하고 싶으면 그 때 포기하자 마음먹었다. 독일에 와서 전화영어도 하고 영어수업도 듣고 친구도 사귀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영어란 게 그렇게 쉽게 느는 게 아니더라. 스터디나 저널클럽 발표를 하는 날이면 집에 가면서 많이 울었더랬다. 그러길 2년, 이제 나름대로 영어가 늘었다는 게 느껴진다. 엄청 잘하는 건 아니지만 'intermediate'단계까지 왔다. 게다가 2년동안 1저자로 4개 매뉴스크립트를 써서 서브밋했고 2개 매뉴스크립트를 2저자로 함께 썼으며, 1개 메뉴스크립트를 현재 쓰고 있다. 그렇다. 2년 동안 열심히 썼다. 여전히 논문 쓰는 건 힘들지만 예전처럼 힘들진 않고 가아아아아끔 논문 쓰는 재미같은것도 느끼는 걸 보면 분명히 많이 발전했다. 그런데 이젠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스스로 질문을 설정하는 힘이다. 나는 내가 꽤나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어진 질문을 푸는 데 독립적인 것이지 질문 자체를 설정하는 데는 아직 연습이 덜 되어 있었다. 박사과정때는 교수님께서 어떤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주셨고 처음 포닥시작할 때는 보스가 어떤 질문에 대해 연구할 것인지 말해주었다. 이제 보스도 내가 알아서 연구하라고 하는데 뭘해야 할지 좀 막막하다. 작은 연구주제들이 (기존에 내가 했던 연구를 extension하는 방향으로) 몇 개 떠오르지만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직은 소위말하는 빅픽쳐가 없는 것 같다. 또, 막상 어떤 질문에 뛰어들기 무섭기도 하다. 새로운 계약이 시작되고 나는 또 새로운 과제에 당면해있다. 앞으로 2년동안 나는 나 스스로 연구주제를 택하고 연구하는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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