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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에세이] 투정

Struggler J. 2018. 10. 30. 22:10

나는 투정부리지 않는 아이였다.

투정을 부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부모님이 상처받을까봐 그럴 수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이내 고착화 되어 내 모습을 일부가 되었다. 

그내가 왜 어리광부리는 걸 혐오하고 투정부리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는지 잊어버렸을 정도로.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때, 술만 마시면 어리광이 나오는 나에게 나는 엄청 난 실망과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고착화된 건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니었고 어차피 사는 데 큰 지장도 없어서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 문득문득 드는 이 억울한 기분이 사실은 투정을 부리고 싶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 

이유인즉슨, 어떤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많이 친하다. 

나는 그게 싫지만 사람은 모두 자기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정할 자유가 있고 그걸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빼앗아 가고 싶지 않았다. 

그건 그들의 자유니까. 그래서 아무말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렇게 편가르기를 하는 게 찌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진짜 지는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건 내 정신건강에 크게 좋지 않은 일이었다. 조금씩 나도 모르는 사이 화가 쌓였던거 같다. 

사건의 발단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재미나게 놀았다는 것을 내가 알게 되었던 것으로 부터 시작된다. 

나는 몹시 기분이 안 좋아졌다.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자동적으로 그 감정을 억누르며 다른 사람의 마음은 다른 사람의 것이니까라며 스스로 합리화하는 나를 깨달았다. 

어른인 척하며 감정을 억누르면서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투정을 굳이 참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투정은 누군가를 상처주는 투정도 아니며 이미 그들은 내가 그 사람을 싫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투정부린들 그들은 어차피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함께할 사람을 결정할 것이다.

그러니 참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경험상 어차피 참아도 이 감정은 다른 형태로 어떻게든 터져나온다.

그러니 참고 터트려야 겠다 생각했다.

물론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론은 잘 모르니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한 걸음을 걷기로 했다.

나는 "흥" 이라는 단어를 썼다. 

마음이 좀 후련해졌다. 

이 쉬운걸 왜 여태까지 안하고 살았던 걸까. 

한 번에 바뀌진 않겠지만 앞으로는 감정을 너무 꾹꾹눌러담고 살아 억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겠다. 

투정을 부리면서 말이다.

물론 그 투정이 누군가를 상처준다면 하지 않겠지만 누군가를 힐난해야 하는 거라면 참겠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자유롭게 내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하고 살고 싶다. 나를 위해. 더 건강한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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