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마음이 움직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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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우리삾1]

Struggler J. 2017. 10. 4. 21:10

우리의 삶 - 우리 모두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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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펜하겐의 호스텔에서 만났다. 

내가 호스텔에 체크인을 한 건 3시였다. 

문을 열고 내 침대를 확인해보니 2층 침대였다. 

올라가서 짐을 정리하고 하는데 1층에 한국어로 된 책이 보였다.

반가웠다. 

여행온 대학생일까. 

일을 그만두고 온 간호선생님일까.

일단 나도 밖에 나가 싸돌아다녔다.

전 날 잠을 잘못 자서 허리를 숙일수 없을 만큼 아팠기 때문에 3-4시간 걸어다니는 게 몹시 무리였다. 

숙소에 가서 드라마나 보고 자야지 하고 숙소에 가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그 분이 들어오셨다.

마침 근처에 타이음식점을 가려고 했어서 혹시 같이 가실지 여쭤보았다.

그녀는 저녁을 먹고 왔다고 했다. 우리는 수다를 조금 떨었고 내가 저녁 먹고 올테니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제안했다. 

그녀는 알았다고 했고 나는 밥을 먹고 술을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같이 술을 마셨다. 

그녀는 현재 하던 일을 그만두고 유럽여행을 하고 있단다. 

엄청 동안인 그녀는 나보다 세 살 많았다. 

그녀는 외동의 곱게 자란 아가씨 같았지만 생존에 대한 집념은 정말 존경할만 했다. 

혼자 서울해서 열정페이를 받아가며 투 잡을 뛰었다고 했다. 

하고 싶어하던일이 청소년 교육쪽이었는데 그 쪽이 워낙 돈이 안되는 가 보더라. 

그래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키페 일을 하고 금-일은 학생들과 함께 일정을 보냈다고 한다. 

금요일에는 아침에 가게 오픈을 하고 그게 끝나면 바로 출근해서 일요일에 늦게 도착해서는 월요일 마감일을 했다던 그녀는 정말 대단해보였다.

그녀는 그 일을 그만두고 나서 나중에 그것이 구조적 문제에서 나타난 열정페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직장은 정말 별로 였다고 했다. 

한 사람을 닦달하고 쥐어짜서 전체가 돌아가는 시스템인 탓에 실질적으로 실무내용은 거의 혼자서 다 보았던 것 같다. 

언니의 표현대로 한 사람을 갈아서 돌아가는 그런 곳. 

일을 하면서 무기력이 찾아오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주위 사람들도 걱정을 했고 결국은 일을 그만두고 쉬다가 여행을 오게 된거라고 하셨다. 

저 마음이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박사과정 끝부분에 그리고 요즘 가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때면 그냥 너무 쉬고 싶다는 생각과 함꼐 자살을 아니 딱히 자살이라기 보단 

그냥 이렇게 인생이 끝났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이 몸을 지배하고 그런 나 자신을 경멸하고 그리고 또 피곤해 하던 그 시간들. 

하지만 다시 한 호흡 멈춰가기로 한 거다. 

나도:-) ㅋㅋㅋㅋ

사는 데 뭐가 가장 중요할까. 지금, 여기. 나 자신. 이거 아닐까. 

언니는 아마 이제 다 잘 될거다. 

한 번 바닥을 경험한 사람이 모든 게 다 잘 풀리듯이. 

평생 마음의 파도가 멈추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조심스럽게 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게 처음의 마음 같지가 않고 실적의 압박에 짓눌려 사는 것 같아 그만둘까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햇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내 일을 그만두면 그게 내가 너무 약해서라는 생각이 들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녀는 좋아하는 일은 하면서 힘들면 안된다는 생각이 더 억압인 것 같다며 너무 힘들면 그 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라고 조언해주었다. 

내가 모르던 다른 재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고도 말해주었다. 

인생이란 정말 모르겠다. 

누군가가 말하길 사람들은 징검다리를 건널때 첫번째 돌을 잘 선택하면 모든 게 잘 풀릴거라고 생각한다고.

물론 첫 번째 다리를 잘못 고르면 물론 갈 수 있는 길이 좁아질 수 있겠지만 돌아가는 길이 있다.  

인생은 측정하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확률의 세계인 것인가. ㅎㅎ


그리고 청소년교육쪽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난 처음 청소년교육이란 얘기를 듣고 방학마다 잘사는 중고등학생들을 싣고 오던 프로그램을 떠올렸었는데 그런게 아니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이었다. 

그러다보니 수익이 날수가 없단다. 

집안에 문제가 많은 집은 보통 돈이 없단다. 

그러다보니 부모님들로 부터 지원을 받는 게 아니라 주로 학교의 예산이나 정부보조로 진행이 되는데 그나마도 굵직굵직한 예산들을 다 집행하고 남은 자투리의 자투리로 진행이 되는거란다.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런일들이 예산의 부족으로 점점 사라져간다니 참 안타까웠다.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흘러가야 할까. 

대안. 대안이 필요하다. 획일화된 목표 (신분상승을 위한 혹은 신분계승을 위한 공부)를 넘어서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잠시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튼 유럽을 여행하다 만나는 한국인들은 (1) 외국에서 공부 중이거나 (2) 일을 잠시 쉬고 (이직준비) 잠시 자기자신을 찾으러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후자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만나는 게 엄청 반갑다.

여전히 나는 어떻게 살것인가 고민하고 있지만 언제나 역시 답은 나답게 그냥 지금 여기 사는 것 뿐이다. 

내 목표는 언제나 그것이었다.

물론  말은 쉽고 실천이 힘들 뿐. 

그걸 실천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취할것인가의 문제인듯.

그리고 그걸 해나갈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 까지. 

무슨일을 하더라도 어떤 나라도 괜찮다. 


언니는 몹시 성실히 삶을 살아온 사람같다. 

앞으로 미래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하셨지만 분명 지금, 여기서 있는 힘껏 살아온 사람 같다. 

지금은 그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거다.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다. 

그대,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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