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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언니가 소포를 보냈다.

Struggler J. 2016. 5. 22. 00:31

오늘 세미나가 있어서 서울에 다녀온 뒤 집에 도착하니 10시더라. 할 일이 많아서 연구실에 가야할지 집으로 가야할지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집에가도 그냥 드라마나 볼 것 같아 연구실로 향했다. 뭔가 피폐해진 느낌이라서 좀 서글퍼지는 느낌. 뭐랄까. 요즘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고. 그냥 이게 내가 바라던 삶이었나 싶었다. 씁...쓸... 이 길을 가면 내 삶의 많은 걸 포기해야 하는구나 느껴졌는데 포기해야 하는 내 삶이 사실 뭔지도 모르겠다. 그 포기한다는 게 내게 진짜 행복인것들이 맞았는지. 가령 결혼을 포기해야 한다면 결혼이 내 삶에 진짜 행복인지. 가령 내가 노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노는 게 그게 진짜 내 삶의 행복인지. 그럼 논다는 건 또 뭔지. 그런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떠다녔다. 내가 진짜 바라는 삶의 모습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연구실에 도착하니 언니가 보낸 소포가 있었다. 뜯어보았다. 과자 박스였다. 피식-. 내가 군바리도 아니고 ㅋㅋ. 상자안에는 내게 쓴 편지도 한 통 들어있었다. 응원의 편지겠거니 열어서 읽어보았는데 나도 모르게 서러워져서 엉엉울었다. 

내 소중한 동생에게 

이름을 적고도 한참이나 글을 쓰지 못했어. 

위로도 충고도 할 수가 없네.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으니.. 그래서 내 바람을 적기로 했어.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싱그럽고 푸릇푸릇한 네가 탐스럽게 농익는 과정임을, 

현재에 매몰되지 말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길. 

간절히 바래.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내 동생.

니가 무얼하든 어떻게 살든 난 널 너무 사랑해. 

언니가 내게 혼을 내고나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목이 메어왔어. 내 이름을 적고도 한참이나 글을 쓰지 못했다는 언니의 말에 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고맙고 사랑하는 언니. 지금 이 시간을 잘 보내볼게. 내가 원하는 모습의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될 수 있도록.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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