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마음이 움직이는 것
글쓰기에 대한 좌절과 치유 본문
나는 물리학 박사과정 학생으로 졸업을 앞두고 나의 논문쓰는 능력에 대한 좌절을 하고 있다. 몇 년 된 좌절이다. 아니 내가 첫 논문을 쓴 그 날 부터 시작된 지긋지긋한 좌절이다. 개인적으로 연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어떤 일을 생각하고 원인을 찾고 설명하고 검증하는 일. 문제를 해결하는 일. 지적유희를 좋아한다. 성취감도 꽤 있다. 열심히 해도 막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글쓰기는 달랐다. 글을 쓰는 건 읽는 사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일을 하고 있을때는 머릿속에 연구생각뿐이므로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겠지 하면서 생략하는 부분도 많았고 또 애매한 부분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글의 구조를 잘 잡는 것도 어려웠다. 물론 영어도 안 될 뿐더러-.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써야 한다는 게 너무 괴롭다. 시작이 안된다. 열심히가 안된다. 도무지.
그래서 연구를 그만둬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지금은 연구가 너무 하고 싶지만 논문 쓰는 능력에 대한 나의 좌절과 의구심이 나를 너무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만든게 이 블로그다. 쓰다보면 늘겠지. 나는 아직 젊다. 연구하는 걸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글을 써보자. 뭐가 되었든 일단 시작을 해보자. 그리고 뭐가 되었든 끝을 지어보자. 그 글이 얼마나 짧든 거지같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일단은 시작을 하고 끝을 내는 연습을 먼저하자.
이상하게 나만 내 걱정을 참 많이 한다. 너무 좌절스럽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때가 허다하고 내가 너무 쭈구리 같고 잘못 살아온것만 같아서 무서운데. 다들 내게 너는 걱정없다고 하던대로만 하면 된다고 한다.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언제나 진정성있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니까. 그런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었으리라. 여튼 조금씩 시작해보자. 그리고 믿자. 그냥 아무생각없이 일단 하자. 글을 시작하고 끝을 짓는 것.
근데 또 웃긴게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것도 같다. 중학생 때는 시랑 소설을 썼다. 누가 쓰라고 한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쓰고 싶어서 혼자 써서 모아두었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나게 문장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문학을 사랑하는 학생도 아니었다. 그냥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치유를 내게 주었다. 상처투성이었던 학창시절, 내 감정을 바라보지도 추스르지도 표현하지도 못했던 내게 글쓰기는 일종의 대리만족이었다. 그리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내게 스스로 주는 희망과 카타르시스와도 같았다. 그 것이 해피엔딩이었든 새드엔딩이었든 상관없이. 내가 나의 감정을 소설속에 나타내고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어냄으로써 나를 치유했다. 그 캐릭터를 보듬어주고 그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해줌으로써 나는 나의 마음을 보듬어 주었다. 그게 내게 많은 치유가 되었다. 물론 고등학생이 되서는 소설도 시도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가끔 그 시절 썼던 시와 소설을 보면 지금 써도 이렇게는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상처와 아픔이 창작의 가장 큰 밑거름이 되는걸까 싶다. 그리고 나름대로 스토리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중학교 때 썼던 소설이 교지에 실린건 여전히 부끄럽고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나름대로 자랑스럽다. 내 소설이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었고 힘이 되었기 때문에 실린거라고 생각했으므로. 그리고 단편소설쓰기 수행평가에서도 A+을 받았다. 그것도 기분 좋았다. 내가 좋아하던 선생님께 받은거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또 한 번은 학원에서 국어선생님이 우화를 써오라고 하셨다. 써서 갔는데 선생님께서 내게 "너는 스토리를 만드는 재능이 있다"고 하시면서 내 우화를 몇 장 더 프린트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스토리에는 자신이 있다. ㅎㅎ 공상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런 공상들이 여전히 나를 치유해준다.
글쓰기는 나의 아픔을 치유하는 힘과 나에 대한 믿음을 주는 힘을 지녔다. 이게 이 블로그를 시작한 또 다른 이유이다. 좌절앞에서 너무나 초라해진 자신에게 나는 너무나 가혹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회피할 수는 없는 일. 그리고 회피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나 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0) | 2016.05.31 |
---|---|
오늘자 일기 (칭찬받음 ㅋㅋ) (0) | 2016.05.29 |
[또오해영]3회 대사 (0) | 2016.05.22 |
언니가 소포를 보냈다. (0) | 2016.05.22 |
어제 언니에게 혼났다 (0) | 2016.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