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마음이 움직이는 것
[2016-10-16] 일기 본문
어제 처음으로 이케아에 갔다.
이런 신세계가!
아! 참고로 여기엔 한국인이 나 혼자일 줄 알았는데 박사과정 학생 한 명이 더 왔다.
다행히 나와 동갑이라서 친구를 먹었는데 굉장히 꼼꼼하고 예쁜 친구다.
덕분에 뭐든 생각없이 보이는대로만 사고 불편해도 생각없던 부분에서 많은 돋움을 받고 있다. 물론 뭔가 조언을 준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덕분에 '아 저런건 미리 저렇게 해보면 되는구나' 혹은 '이런건 저렇게 하면 잘 알아볼 수 있겠구나' 하는 것들을 생활전반에 대해 많이 배웠다.
내가 워낙 모든게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었던지라 뭐든 불편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은 그걸 어떤식으로 편하게 만들어가는 지를 보면서 저렇게 하면 더 편하겠구나 혹은 이런 문제들은 그냥 참고사는게 아니라 이렇게 해결해나갈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여튼 집을 꾸미고 사는 게 크게 의미없다고 생각했었다. 집을 꾸미고 애정을 가지고 따뜻하게 만드는 건 마치 밥을 사서 그릇에 예쁘게 담아서 먹는것과 같다. 밥을 사서 그냥 포장만 뜯은 뒤 대충 먹는게 예전의 나였다 (지금도 좀 ㅋㅋ). 전에는 밥을 먹으려고 산거니까 굳이 설거지거리 나오게 그릇에 담아서 먹는게 이해가 안되었는데 지금은 그런 삶의 소소한 부분들이 조그만한 기쁨 그리고 따듯함이라는 생각이든다. 애정 같은거랄까.
뭐 덕분에 집은 예쁘게 꾸미고 밥은 예쁘게 담아서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나게 이케아를 헤집고 다닌다음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져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저녁을 차려줘서 친구네집에서 함께 밥을 먹었는데 집에 유니콘 모양 피규어가 있었다. 평소, 동물 피규어 사는게 되게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예뻐서 나도 하나 사야지 했다. 그게 어제의 일이었다. 오늘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러 갔다. 동물피규어 코너로 가서 하나만 골라야지 하는 마음으로 찬찬히 살펴보았는데 나는 많은 동물중에서 북극곰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순간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 닮은 걸 좋아하는 건가. ' 예전 남자친구가 미련곰탱이 같던 나에게 너는 곰이라며 자신은 여우같은 사람이 좋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피식-. 그 때는 그게 너무 아팠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는 게, 그리고 내가 성장했구나 하는게 느껴졌다. 그 시절엔 내가 곰이라는 게 싫었다. 여우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화도 났다. 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는지. 하지만 여전히 나 자신이 싫었던. 그런 자존감 바닥의 시절이 있었다. 너무 괴로웠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을 정도로 나를 부정했던 시절. 지금은 그냥 내가 나쁜놈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혹은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났다고. 아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말 너무 미워서 죽을것 같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젠 밉지도 않구나. 예전같으면 내가 곰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부정했을 텐데... 지금은 내가 곰을 좋아해서 좋다. 내가 곰인게 좋다기 보단 음. 그냥 나 자신이 이제는 나를 좋아해줘서 좋다. 후-. 이제야 정말 안녕이구나. 그 긴 시간 내가 널 정말 좋아했었는데. 이젠 니가 시시하게 느껴진다. 밉지도 않은.. 그냥 이젠 관심이 안 가. 미움도 사랑이 있어야하는게 맞긴 한 거였구나.
여튼, 나는 오늘 북극곰 한 마리를 집으로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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