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본문
힘들때 종종 시나 소설이 위로가 될때가 있다. 중학생 때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읽고 처음으로 시를 통해 위로 받았었다. 누군가가, 나만큼 힘든 삶을 살아 온 누군가가, 하지만 그걸 다 견뎌내 살아 온 누군가가 내게 위로를 건네는 느낌을 받았었다.
대학원생때 너무너무 힘들었을 때는 릴케의 시 '젋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가 나를 위로해줬다. 내가 가장 안되는 그저 그렇게 놓아두는 걸 잠시나마 도와주었다. 있는그래도 두라고 원래 힘든거라고 그러니 너무 발버둥 치지 않아도 제풀에 너무 힘겨워하지않아도 된다고 도닥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답을 알게 되리라는 구절은 지금의 내 삶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위로를 건네 주었다.
박사후연구원을 할 때 마음이 괴로울 때 읽으려고 도종환시인의 시집을 하나 샀다. 주옥같은 시가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이 위로가 되고... 위로가 되었다.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는 기분이었다. 누군가가 내게 공감해주는 기분이었다. 돌아보면 나는 그 때 참 많이 억울했었다. 있는 힘껏 노력하고 살았는데 그게 참 억울했었더랬다. 그런데, 그게 너무 억울했는데, 돌이켜보면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억울하지만 그냥 내가 나라는 사람이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렇게밖에 살지 못할 거 같았다. 왜냐면 그 때 그 게 내 최선이었으니까.
특히,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라는 대목에서 나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나의 트라우마를 생각한다.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문제들. 그리고 그 문제를 내가 만든것 같아 진심으로 내 발등을 찍고 싶지만 결국 그 모든 경험까지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도 그렇겠지.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인것 처럼.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지은이: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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