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마음이 움직이는 것

[일기] 본문

일상

[일기]

Struggler J. 2017. 11. 14. 04:27

#.

눈물이 마른 요즘. 어제 참 간만에 울컥했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고생했다”(독하게 했다는 말이었지만 나한테는 그렇게 들렸기에)는 말 한 마디에 눈물이 핑.

나 진짜 고생했었나벼. 이런말에 눈물이 핑 도는 걸 보면ㅋㅋㅋ.

열심히가 안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열심히 못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노력이 조금은 통했었나봐.

그래, 생각해보면 처음 논문쓸 때보다는 지금 훨씬 나아지긴 했지.

요즘 논문이 계속 마무리가 안되는 가운데 새로운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되고 그걸 감당해 낼 능력이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들면서 지쳐가고 있었다 (날씨의 영향도 엄청나다.).

근데 이 말(“고생했다”)을 들으니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구나 싶으면서 좀 위로가 되었다. 

그래, 천천히라도 성장하고 있으면 된거지.

요즘 갑자기 일이 몰리면서 공황상태로 며칠 퍼져있었는데 다시 일 할 힘이 생기는 군.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더 성장해 있겠지. 

내 정신건강을 위해 당분간은 벌여 놓은 일 마무리를 최우선으로 해야겠다. 



#.

고등학교때 목표가 포항공대였다. 

집에서 가까웠고(서태웅이 생각나는군 ㅋㅋ) 등록금도 쌌고 대학의 비전도 좋았다.

소수정예를 뽑아서 대학다운 대학을 꾸리는 것 같은 ㅋㅋㅋ.

특히, 특목고나 과학고 학생들을 주로 뽑는 느낌의 키아스와는 달리 그냥 보통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면 갈 수 있는 느낌의 

대학이라서 더 좋았다.

근데 내 성적으로 포항공대는 절대 무리였다.

물론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절대로 못 갈 성적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다. 

포공을 갈 수 있다는…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딱 한 번 포공에 갈 수 있는 점수를 받은 시험이 있었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내 자신감은 꺾이지 않았다. 

심지어 수능을 보고 못 간다는 게 확정 되었을 때도  말이다. 

물론 반수를 하려고 했지만 수능공부 다신 하기 싫어서 그만 두었다. 

결국 포공은 못 갔지만 나는 다시 생각했다.

대학원을 포공으로 가면 되지 ㅋㅋㅋㅋ

좀 대박인 듯.

지금의 교수님을 만나 결국은 자대 대학원을 지원했지만 나의 그 이상한 자신감은 결국엔 나를 내가 원하던 길로 인도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로 그 이상한 자신감이 줄어들더니 이내 사라졌다.

예전의 그 근거없던 자신감이 참 그립다.



#.

내면탐구 ㅋㅋㅋㅋ 마음에 드는 말이다. 

언제나 내면 탐구를 즐기는 나. 

요즘의 화두는 “눈치”였다. 

외국에 있으면서 한국에서 내가 얼마나 눈치를 보고 살았는지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1차적으로는 외모에 대한 눈치를 들 수 있겠다. 

여기서는 진.짜. 진심 외모에 관심이 없는거 같다. 

특히 디자인 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나라라서 그런지 더 심한거 같은데 그래서 나도 점점 외모에 신경을 안 쓴다. 

처음 살이 쪘을 땐 살 빼려고 노력도 하고 망가져 가는 외모에 속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뭐 딱히… ㅎㅎ

물론 지금도 살찐 게 속이 상하긴 하지만 그 때 뿐이다.

딱히 자존감에 상처를 주진 않는다. 

그러고나서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한국에 있었을 때 종종 내가 친구에게 했던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을 가장한 

지가 하고 싶은말이 진심 나빴다는거다.

가령 “넌 지금도 충분히 예쁜데, 살 빼면 더 예쁠거 같다.”같은거.

진심이었다. 근데 지금 생각하면 이런 말이 참 주제넘었었구나 싶다.

그건 그냥 참견 일 뿐. 친구를 위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지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일 뿐.

왜 굳이 니가 예뻐보여야 하나. 그것도 나의 기준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참 미안한 일이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친구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내게 묻는다면 

“나는 니가 살 뺀 게 더 예뻐 보이더라. 근데 안 빼도 예쁘니까 니 하고 싶은대로 해.”

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이건 근데 진짜 1차적인 거다. 

2차적인건 좀 더 깊이 박혀있는 눈치다. 

두 가지 일을 겪고 나서 “눈치”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구체화되었다. 

- 첫 번째 사례

“유러피안 리서치 나잇”이라고 해서 연구자들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도시 전체 사람들?) 연구소를 개방해서 일반인들을 위한  

 체험행사 및 세미나를 개최한다. 큰 도시의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새벽까지 토론을 한다고도 하더라만 우리 동네는 시골이니까 밤11시에 끝났다.

금요일 오후3시부터 11시까지 진행을 했는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DNA로 자기 이름을 쓰고 그걸로 DNA 구슬팔찌를 만드는 체험 행사를 했다. 

총 네 가지 종류의  DNA가 있고 그걸 A, C, G, T 네 개의 알파벳으로 표시한다. 

하나의 아미노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 개의 DNA 배열이 필요하고 이 기본 세 DAN배열을  codon이라고 한다.

총 64가지의 codon이 있고, 얘네가 22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을 만든다. 

따라서 몇개의 다른 codon이 같은 아미노산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degeneracy가 있다. 

여튼 요 22개 아미노산을 각 알파벳으로 치환시키면 자신의 이름을 코돈으로 encoding할 수가 있다.

자신의 이름을 DNA로 적은 다음, 그에 해당하는 알파벳이 적인 구슬을 나일론 실에 꿰어 팔찌를 만들어서 가져갈 수 있는 체험 행사였다. 

나는 팔찌 만드는 걸 도와주고 있었는데 나일론 실이 모자랐다. 

한 꼬마가 와서 자신은 목걸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나는 나일론이 모자라니까 다른 사람에게 목걸이 이게 해줘도 되나고 물었다. 

그러자 다른친구가 "oh, XX come on"이라고 했다. 

어찌나 낯이 뜨겁던지. 

왜냐하면 내가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칙을 더 우선시하는. 근데 난 원래 그렇다. 원칙을 우선시한다. 그리고 그게 잘못 되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가 멋있는, 좋은 사람이길 원했던 거다.

그 순간 참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게 눈치를 본다는 거구나. 


두 번째로는 낮에 길을 가다가 비틀거리는 사람을 보고 도와주려고 했던 일이다.

대낮에 대로변을 걷다 비틀거리는 사람을 보았다. 운동복에 운동화를 신은 좀 늙어보이는 사람. 

어쩌면 그대로 고꾸라져서 돌아가실까봐 무서웠다. 

일단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그 사람이 영어는 못하는지 부축해달라는 시늉을 했고 내가 부축을 했다. 

그런데 부축을 하고보니 술냄새가 퐉!

그래서 내가 너 술취한거 같으니 나는 그냥 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집이 근처니까 거기까지만 데려다달라고 했다. 

이걸 뿌리치면 나쁜 사람이 될 거 같기도 하고 그냥 진짜 근처까지만 데려다주고 가야겠다 싶기도 햇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내 손을 덥썩 잡는게 아닌가. 

너무 무섭고 당황스러워서 뿌리치며 노라고 외쳤다. 

그걸 듣고 지나가던 사람이 도와줘서 다행히 나는 가던 길을 갈 수 있었다. 

내가 참 어리석었다. 

그냥 이 모든게 요거 조금만 참으면 되지 뭐. 

라는 게 문제인듯 하다. 

아, 이건 눈치와는 조금 먼 얘기인건가. 

여튼 좋은 사람이 되고자하는 욕망이 눈치와 관련된 건 맞는 거 같다. 



#

품이 넓은 사람... 

나는 그 사람을 내 감정의 쓰레기통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더 나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적어도 품이 좁은 나를 안을 수는 있게 되었으니 그마만큼의 품은 넓어진거겠지...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기] 후회  (0) 2017.12.21
30대의 삶  (0) 2017.12.06
[일기] level up  (0) 2017.11.10
[공감] 이토록 보통의 69화 댓글  (0) 2017.10.23
[감동]  (0) 2017.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