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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외로움에 관하여]

Struggler J. 2016. 12. 1. 04:35

외국 생활을 하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건 생활도 영어도 연구도 아닌 외로움이었다. 

어디서나 삶이라는 게 녹록치 않았으므로 연구나 영어가 어렵다 한 들 괴롭다 한 들 어느정도의 모험정신과 도전정식 성취욕이 어렵지 않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고 딱히 한국에 있는다고 해서 더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외로움은 달랐다. 무서웠다.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탄다. 

많이 탔었다. 

5년전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갔을때도 너무 외로웠었다. 

수원에서 생활할때도 너무 외로웠었다. 

외로움이 끔찍하게 싫었다. 

외로울때면 언제나 혼자 버려진 기분이었고 왜 나만 이런 외로움을 타는가 생각이 들면서 한없이 나약한 나 자신이 싫고 미웠다. 

할 수만 있다면 진심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어디로든 걸어가면서 다음 한 발을 내딛었을 때 그 다음 순간 내가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있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길 밖엔 없다는 걸 몰랐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해외로 가야한다면 어차피 준비는 해도해도 끝이 없으니까 지금 당장 가야겠다 생각했고 다행히 성공해서 해외에 나오게 되었다. 

생각보다는 정말 외로움을 안탔다. 정말 나 스스로도 신기했다. 

아직 친한 친구를 만든것도 아닌데 거의 절에 있는 기분으로 맨날 혼자사는데도 한국에 있을때보다 덜 외로웠다.

(한국에 있을 떄 심신이 많이 고달펐던 이유가 있겠지만 ㅎㅎ)

그러다 몇 주 전 "상은"이라는 드라마에 푹 빠졌는데 "구하이"캐릭터에 완전 꽂혔다. 

2주동안 연구고 뭐고 다 뒷전이고 매일 밤새서 덕질을 했다.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생활이 지속되면서 체력도 고갈되고 나 자신이 한심하게도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나는 왜 "상은"에 열광하는 가 되돌아보니 나는 "구하이"가 주는 사랑을 받고 싶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되었다.

그렇다. 여전히 나는 외로웠다. 영워한 사랑도 주기만하는 사랑도 이유없는 사랑도 이제는 믿지 않지만 여전히 바라긴 한다. 

이제 나는 어렸을 떄 만화책에서만 보던 밑도끝도 없는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나"라는 존재가 단 한 사람에게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 것. 

예전에 내가 꿈꾸던 사랑은 모두 그런것들이었다. 

나만이 상대에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는 것. 

하지만 많은 일들을 겪고 많은 책을 읽은 지금은 세상에 그런 사랑은 없고 그저 서로 맞춰가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반려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렸을 떄 꿈꾸었던 대체 불가능한 사람을 꿈꾸고 있고 사랑을 원한다. 

그건 당연한 욕구이므로. 

그래, 나는 그 욕구에 이끌려 그렇게나 폐인생활을 했다. 

그런측면에서 나는 여전히 외롭다. 

사랑을 하고 있지도 않고 반려를 만나지도 못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외로움이란 지극히 본능적인 범주의 외로움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외로움에 대해 다시 곰곰히 생각해봤다. 

내가 괴롭게 느끼던 외로움이란 능동성과 관련이 있구나 싶었다. 본능적인 측면의 외로움말고.

내가 무엇인가 진짜 아무것도 아닌거라도 그냥 찾아서 그냥 소소하니 할 때 괴롭지 않고 외롭지 않다. 

하지만 내가 정신 놓고 그저 주어진 자극만을 쫓을 떄 허하고 외로웠다. 

이제 내 나이 곧 30. 

이제서야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게 어떤 건지 알 것 같다.

해외에 나오게 되어서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을 할 수 있게 된 건 정말 행운이었다. 

나는 이제 경제적으로도 독립을 했다. 

스스로 돈을 벌고 스스로 밥을 해먹고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안다. 

그리고 여전히 진정성 있게 살고자하고 삶을 진지하고 그리고 때로는 가볍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나는 내 삶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

이제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 알것같다.

이게 내가 수능끝나고 생각했던 막연한 20살 어른의 이미지이다. (그떄는 20이면 어른인 줄 알았다능 ㅋ)  

내가 그 떄 생각했던 20살 어른이 모습이 30에 시작되었다 ㅎㅎ. 

많이 늦은 것 같기도 하지만 살아보니 시간은 점점 빠르게만 흘러가고 늙어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하면 진짜 할 수 있는게 없지만 스스로를 제약하지 않는다면 세상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체력은 확실히 모노토컬리 디케이 하는 함수 인듯하지만 ㅋㅋ

여튼 나는 이제 능동성을 얻었고 내 앞에는 내가 가야만 하는 길 따윈 없다. 

그저 이젠 내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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