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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상

[상담]

Struggler J. 2019. 5. 3. 18:24

두 번째 포닥 가는 일로 지인에게 상담을 받았다. 

무려 1시간 40분이나 통화를 했다. 

나의 질문은 (1) 다음 포지션을 정할 때 기준이 무엇이었는가 (2) 주제를 정확히 정해야 하는가 였다.

일단 지인분의 대답은 모든 것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의 경우에는 (1) 현실은 계획한다고 하더라도 어디가서 뭘 할지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며 자신은 선택의 과정보다는 선택의 결과에 최선을 다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리고 결정을 한 후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2)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자신도 자기가 한 일이 중구난방이라고 생각했지만 슈퍼바이저의 빅픽쳐 도움으로 한 궤로 꿰어졌다고 한다. 이 것은 내가 다른 지인에게도 얻은 대답과 비슷한 것 같다 ('그냥 관심있는 일을 하다 뒤를 돌아보니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러니 너가 할 수 있고 관심있는 일들을 해라.').

통화를 하면서 세 가지가 정말 엄청 마음에 와닿고 위로가 되었는데 아래에 하나씩 서술해 보겠다.

[1] 지인의 태도. '선택의 과정보다는 선택의 결과에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라는 부분이었다. 분명 나도 아카데미에 5년은 적어도 있어야지 결정했었다.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계속 눈을 돌렸다. 이 길을 포기하고 편해지고 싶다고. 사실 다른 길을 원한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내가 한 결정안에서 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가. 반성이 되었다. 사실은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패배자가 아닌것처럼 떠날 궁리만 했다고 고백해본다. 지금 생각하면 그 패배자라는 것도 웃긴 생각이지만. 여튼 나도 내가 한 선택안에서 최대한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이 길만 벗어나면 더 행복한 삶이 펼쳐질거라 생각하며 도피하는 것 말고.

[2]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만의 비법으로 '행복회로를 돌린다.'는 말씀을 하셨다ㅋㅋㅋ. 표현 넘나 귀여움. 저 표현을 들어 본 적은 있었는 데 무슨말인지는 모르고 있었더랬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외국에서 공부한 다는 것 자체가 '내가 외국에서 벌어먹고 산다는 것 자체가 진짜 귀한 공부라고'. 사실 외국에서 뭔가를 배우는 게 어렵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외국에 나가서 연구를 한다는 건 전통적인 배운다의 의미는 아닌것 같다고. 나는 한국에서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는 데 사실은 외국에서 지금처럼 살 수 있는다는 건 사실 진짜 큰 경험이다. 내가 한국에서의 삶과 비교하며 아쉬운 점만을 찾고 있을 때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얻는 좋은 점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회로는 저렇게 돌리는 거구나 ㅋㅋㅋ. 작은 하나라도 행복회로를 하나씩 돌리다보면 진짜 그게 내가 한 선택 안에서 내 삶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거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3]  통화를 하면서 나는 내 나름대로 다음 자리에 대한 방향성도 정했고 지인들에게 많은 조언을 얻어 다음 자리에 대한 준비도 충분히 해두었다는걸 깨달았다. 근데도 내 마음이 답답했던 건 '연구가 재밌없다. 때려치워야 하나.'라는 마음이 가장 컸기 때문이라는 걸 대화를 통해 깨달았다. 이건 누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혹시 연구가 재미없게 느껴지신 적이 있는지 여쭤보았다. 대답은 의외로 예스였다. 자신이 생각할 땐 한 곳에 오래 머물면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연구가 재미없어질 때도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다른 대답으로는 메인으로 하던 연구가 안 좋은 평과 함께 리젝당했을 때. 그리고 시간이 연차가 쌓여가면서 불안이 쌓였을 때 정도로 꼽으셨다. 그래서 포닥연차가 쌓여갈수록 정신이 피폐해지니 꼭 행복회로를 돌려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마음이 치유가 되었다. 일이 잘 알 될 때 재미를 못 느끼는 게 당연한 거구나! 나는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때문에 더 우울하고 괴로웠던 거 같다. 과학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근데 사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거였구나 싶은. 나는 '안좋은 일이 있으면 재미없고 하기 싫어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걸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그런데 극복이 안되니 스스로 더 책망하게 되고 땅굴을 파게 되었던 것이다. 차라리 이제 자연스러운 거지 하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면 어뗐을까. 나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바꾸려고 하는 것에서 자주 좌절을 겪는다. 일이 잘 안 될 때 좌절을 겪고 일이 재미가 없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내가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 안 좋은 감정이 드는 걸 싫어하던 것과 같다. 그런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한 거고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이다. 오이씨. 나의 패턴이 이거구먼. 내가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기분 나빠지는 게 내 기분 하나 컨트롤 하지 못하는 소인배인 내가 싫어서 언제나 괴로웠는데 이게 다른 곳에도 적용이 되고 있던 거였구나! 이제부터 주문을 외우자. 일이 안 풀릴 때 좌절하고 일이 재미없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이라고.

통화를 마치고 긴장이 풀렸던 탓일까 저번주에 운동을 무리하게 했던 탓일까 이틀동안 호되게 아팠다. 하지만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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