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마음이 움직이는 것
[일기] 푸념 본문
첫 번재 포닥 자리를 찾을 때는 어디든지 합격만 시켜주면 고용만 해주면 뼈를 묻을 각오를 하고 열심히 하겠다 생각했다.
이제는 두 번째 포닥자리르 잡아야 하는데 생각이 달라졌다.
비전이 있는 곳인지 내가 그곳에서 얼마나 배울 수 있는지 행복하게 살 수 있을만한 곳인지 고려해서 가고 싶어졌다.
뭐랄까 아직도 나는 연구하는 데 자신이 없다.
머리가 나쁜건 아닌데 여전히 구체적으로 뭔가를 발전시켜나가고 형태를 만들어 나가는 게 어렵다.
연구를 함에 있어 첫 번째 단계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테크닉을 가지는 거라면 어느정도 그건 갖춘거 같다.
그리고 그 다음은 질문에 대한 답을 형태를 갖추어 글을 쓰는 능력인거 같은데 아직 없는거 같다... 젠둥.
그리고 그 다음이 스스로 질문을 찾는거 그리고 큰 그림을 가지는 거 같은데.
그노무 형태를 갖추는 거가 넘나 어렵다.
이제 연차가 쌓여서 그림같은건 대충 그려지는 데 스스로를 설득해서 밀어부치고 그걸 솔리드한 형태로 얻어내는 게 어렵다.
이 걸 해볼까 저 걸 해볼까 자꾸 이러고 앞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생각해 봤는데 내 이상이 높아서 그런거 같다.
첫술에 배부르랴.
마음에 안 들어도 끝내고 논문으로 만들어 보자.
그런것들이 쌓이고 내공이 쌓이면 더 좋은 논문을 쓸 수 있겠지.
나는 엄청난 엘리트가 아니다.
처음부터 좋은 논문을 쓸 수는 없겠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은 논문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발전은 없다.
진심으로 저번 주말에 참 우울했다. 이제 두 번째 포닥을 가면 스스로 논문을 쓸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진심 혼자 어디 쳐박혀서 2년동안 논문쓰는 내공을 쌓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변명인게지.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현실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게 답이겠다.
그리고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포닥을 하고도 나 스스로 하고 싶은 문제가 없거나 스스로 믿음 혹은 비전이 없다면 연구를 그만두고 취업을 하자고.
예전엔 5년 포닥하고 논문이 5*2개가 안되면 떠나자고 생각했었는데 마인드가 달라졌다.
논문의 숫자가 쌓인다고 확신이 생기는 건 아닌거 같다.
실제로 올 해 초 논문이 2개 게재 승인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뭘하고 싶은지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없다.
좋아하긴 하지만 그게 이 길을 감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불안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하고 또 주어진 한전됭 자원을 (펀딩 혹은 테뉴어) 다른 사람보다 내가 받아야 한다고 스스로도 설득하지 못하겠다, 아직은.
전에는 그게 논문수로 대표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는 나만의 비전을 찾았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는것 같다.
아마도 논문수는 충분하게 느껴지지만 (지금까지는) 여전히 나만의 비전이나 나만의 확신이 없기 때문이리라.
문득 이런 저런 자책이 들더니 지난 2년 반동안 난 뭘 배웠나 싶더라.
아직 영어도 잘 못하고 논문도 잘 못 쓰고 뭐한거지... 이런느낌.
뭐 언제나 있는 마음의 플럭츄에이션이겠거니 하며 하루종일 스스로를 위로했다.
누군가 그랬다. '그냥 안식년했다고 생각하지 뭐'.
나도 그냥 안식년했다고 생각해야겠다. 그래도 논문이라도 나왔으니까 남는 장사지 모. ㅎㅎ.
지난 건 어차피 지난간 거니까. 앞으로 잘하면 되지 뭐.
그리고 내가 이 길을 포기한다고 해도 나는 나를 믿고 응원할테다! 루저가 아냐! 그만두는 것도 내 스스로의 의지라거!
그러니까 그냥 맘 편하게 하고 싶은거 하며 살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면 나만의 비전을 찾지 못해겠다면 그 때 떠나자.
아직은 어리니까 좀 더 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