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마음이 움직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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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Struggler J. 2018. 6. 1. 23:56

아직은 담담하게 얘기할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고 나면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서 빽빽 소리를 지르고 싶은 일들이 많이 있지만, 적어도 그런 불덩이 같은 마음이 내 안에 자리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리고 그건 자연스러운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서른이 되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20대의 나는, 나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몹시도.

‘지금의 나를 죽이고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길을 걷다가도 문득 다음 발자국을 내딛으면 지금의 나는 사라지고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나로 새롭게  태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순 없을까?’ 

물론 인생을 다시 살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어떻게 버티고 살아왔는데 그걸 또 한단 말인가!

다만 리셋버튼이 있어서 ‘나’라는 사람도 리셋이 되면 좋겠다.

처음부터 선하고 맑고 밝고 행복한 사람으로 말이다.

그것은 생을 포기하고 싶은 자살과는 다른 마음이다.

그건 좀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이다.

괴롭지 않게 행복하게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그래서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행복에서 멀어져만 갔다. 

그렇다.

나는 있는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던것이다.


그러다 문득 시나브로 나도 모르게 변했다. 

언제, 왜, 어떻게 변했는지 나도 모른다.

다만 내가 아는건, 내가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나의 모습을 ‘내’가 안아줘야 편해질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약하다고, 비겁하다고, 싫다고생각 했던 나의 자아가, 강하기만을 바라던, 완벽을 바라던 ‘나’라는 자아를 안아주면서 싱겁게 끝이 났다는 것이다. 


강하기만 한 ‘나’는 그 누구도 안아줄 수 없었던거다. 

그래서 더 인간적인, 그래서 어쩌면 약하고 비겁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다른 자아는 '나'를 안아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 자아가 ‘나’를 안아주고 난 뒤, 나는 그 자아 역시 나의 일부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더 이상 그 모습이 찌질해보이지 않았다. 

그냥 삶의 한 모습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이 친구가 내 삶에 불쑥불쑥 튀어나올때마다, 나는 마음이 술렁인다.

누군가가 부럽고 얄밉고 화가나고 내가 제일 잘나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데 그게 안될 때 나오는 술렁임.


그것까진 아직 어떻게 못하겠다. 

일어나는 감정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라던데 그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는 건 어쩔수 없는 일인가 보다.

40대가 되면 좀 단련이 되어 있으려나?

여전히 내 목표는 ‘별 생각없이 사는거다.’

나를 판단하지 않고 사는 것.

그냥 사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