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마음이 움직이는 것
[일기] 본문
1
얼마 전 보스와 함께 둘이서 학회에 갔다. 가는 데 9시간정도 걸렸다. 한 2시간은 노가리 까고 2시간은 연구 디스커션하고 5시간은 각자 일을 한 거 같다. (그 때, 노가리 까면서 계약을 연장했다.) 평소 보스가 무쟈게 바쁘기 때문에 둘이서 이렇게 오래 얘기할 기회가 사실 없다. 그래서 이 때,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했다. 여러가지로 궁금한 것도 있고 보스가 워낙 좋은 사람인데다가 유머감각+배려를 겸비한 분이셔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여러가지로 참 배울게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가장 '우와! 좋다!' 라고 생각했던 말이 있다. "연구를 한다는 게 자신 안에서 동기가 부여되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 모든면에서 더 낫다(better; 어떻게 직역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보스는 내 기준에 그렇게 압박을 하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자기는 열심히 살지만) 언제나 자신이 자기 직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건 아닐까 살피는 사람이다ㅎㅎ (엇, 나도 모르게 보스 빠순이 짓을 또 하고 있다-_-;;헤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 말에 백프로 공감했다. 나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연구하고 살아야지. 역시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일보다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라"는 말이 진리인건가. ㅎㅎ 그래도 일단 밥벌이는 하고 ㅎㅎ.
2.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보스가 좋은 사람이다 보니 연구실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친절하고 여유롭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적절한 좋은 관심을 준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걱정. 적당한 배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박사과정중에 너무 힘들었을 때 내가 정말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조용히 행복한 감정을 떠올려보았다. 나에게 행복함이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나눠먹는 것이었다 (물리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 적잖이 놀라긴 했었다). 여기서는 거의 매주 친구들과 돌아가며 집으로 초대를 한다. 함께 맛있는 걸 나눠먹는다. 그래서 행복하고 많이 고맙다.
3.
그렇다고 전혀 어려움이 없는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실적 압박은 있다. 그게 포닥 처음에는 엄청 심했었다. 처음 포닥을 나갈 때 1년에 두 편 논문을 써야 한다는 거의 강박에 가까운 생각이 있었는데, 처음 1년동안 논문이 출판되지 않아 나를 많이 갉아 먹었었다. 그 때는 너무 지쳐서 다 포기하고 떠나고 싶었다. 무지 괴롭다기 보단 무기력에 더 가까웠다. '아, 나는 안되나 보다. 고마해야지. 아, 다 포기할래, 아 몰라.' 뭐 이런 기분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진지하게 다른 직업을 알아봤다. 가능한 일,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일부터 찾아봤다. 사교육계부터 체육선생님, 건강관리사, 의전까지. 하나같이 다 힘들어보이더만... 뭘 하든, 노력을 해야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면 어떻게 하면 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했고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관의 영향을 주게 될까고민해야 했다. 체육선생님을 하려면 다시 대학에 들어가야 했다. 그 이후로도 준비해야 하는 게 많았다. 건강관리사도 몇가지 시험을 치고 자격을 얻어야 했다. 그리고 관리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직업적인 수명이 너무 짧았다. 물리치료사도 찾아봤지만 그건 처방을 내리는 영역은 아니었다. 처방을 내리려면 의사면허가 있어야 했다. 진짜, 뭐든 쉬운 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난 너무 지쳐서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은거구나-. 그러고 나니까 정신이 좀 차려져서 힘이 났다. 어차피 다른 것도 다 노력해야 하는 거라면 그냥 이거 하면서 살란다. 그러다 안되면 어쩔수없는거고. 그러고나니 마음은 좀 더 홀가분 해졌다. 웃긴게 이것도 사람과의 관계같다. 그 때의 나는 사실, "내가 너한게 어떻게 했는데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수 있어." 라는 기분이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고작 실적이 이거라니!" 같은거랄까. 그래서 조금 더 내 삶을 돌보기로 했다. 조금 더 내 삶에 집중하다보니 억울한 마음이 점점 사그라들면서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마음이 되었다. 물론 언제나 요동은 있지만 그 균형을 잘 맞춰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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